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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가 음악사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by edu414 2025. 9. 4.

계몽주의가 음악사에 미친 영향

 

 

 

계몽주의는 합리와 인본의 가치로 예술의 언어를 바꾸었다. 라모의 체계적 화성이론, 모차르트 오페라의 사회 감수성, 베토벤의 보편주의, 그리고 공연·출판·연구 생태의 확장은 고전 시대 음악 문법의 정착을 가속했다.

1. 계몽주의의 배경과 음악

계몽주의는 변혁의 시기였다. 나라들 간 문물 교류와 국제결혼이 활발해지고, 7년 전쟁과 18세기 산업혁명이 변화의 속도를 끌어올렸다. 비이성적인 권력 체제에 대한 비판은 미국 독립선언과 프랑스혁명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고, 인간의 본성과 존엄, 행복을 중시하는 예술관 형성에 기여했다. 바로크 시대가 이탈리아 음악이 두드러지던 때라면, 고전 시대는 지역적으로 다양한 양식을 전제한 혼합양식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사상가들, 쉴러와 괴테, 페스탈로치는 교육을 통해 인간을 개화하고 스스로 돕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말한 미적 교육과 전인 교육은 예술을 사치가 아니라 시민적 성품을 기르는 과정으로 보게 만들었다. 이런 맥락에서 예술의 본질성과 순수성이 출발점이 되었고, 단순성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음악 이상이 자리 잡았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이러한 고전적 이상에 가장 부합하는 사례로 받아들여졌고, 실제로 음악을 통한 일반 교육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더 나아가 고전 시대는 지역 학교와 궁정, 도시의 연주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법이 섞이는 혼합양식의 장이었다.

2. 계몽주의가 음악사에 미친 영향

계몽주의는 17세기 말과 18세기 전 기간에 걸쳐 유럽과 신세계를 휩쓴 사상운동이었다. 이 흐름은 맹목적인 종교 권위와 교리를 거부하고, 인도적이며 인본적인 사회 풍토 속에서 인간의 자유로운 사상과 존엄을 강조하며 더 나은 삶을 추구하였다. 음악사에서도 계몽주의는 음악 이론과 실천 전반에 영향을 남겼다.

계몽주의의 영향을 깊게 받은 이론가로는 바로크 말기의 장 필리프 라모(1683–1764)를 들 수 있다. 라모의 화성법과 관련된 이론은 단일한 기초 원리, 즉 굳건한 토대 위에 음악적 지식을 세우려는 계몽주의 정신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근음과 전위, 기능과 진행 같은 개념을 통해 음들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했고, 그 원리를 경험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동시대인들이 그를 “음악의 뉴턴”이라 불렀다는 평판은, 그의 추구가 합리성과 법칙성에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불어 계몽주의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재정립했다. 과학철학으로 출발한 이 사상은 신분제에 대한 비판과 평등의 주장으로 이어지며, 음악을 공동의 윤리와 자유의지를 다루는 매체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3. 무대와 보편주의 — 오페라와 합창교향곡

계몽주의가 과학철학에서 출발해 신분제 비판과 평등 이념으로 확장되자, 이러한 경향은 무대 예술에도 반영되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돈 조반니는 귀족 계급을 풍자하거나 인간의 자유 의지를 드러내는 이야기와 음악으로 시대의 감수성을 대변했다. 또한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9번 ‘합창’은 “모든 인류가 형제가 되어 밝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시의 메시지를 음악적으로 확장해, 보편적 인류애라는 계몽주의의 이상을 장대한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결합으로 구현했다. 이와 같은 작품들은 음악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시민적 가치와 윤리를 나누는 공적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4. 음악 수요층의 확대와 공연 문화

계몽주의적 분위기와 경제 발전은 음악의 수요층을 넓혔다. 중산층의 증가와 함께 음악의 종류와 연주회 형태가 다양해졌고, 대규모와 소규모 음악회가 나란히 성행했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뛰어난 프로 연주자들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청중이 되면서 공연 문화를 떠받쳤다. 상업적 악보 제작이 본격화되어 가정에서도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공공연주회와 구독 콘서트, 임대 악보 도서관 같은 새로운 네트워크가 등장하면서 작곡가·연주자·청중의 관계는 점차 공개 시장을 통해 조정되었다.

이러한 환경은 음악의 사회적 역할을 바꾸어, 특정 계층의 특권에서 시민 문화의 공공재로 인식을 이동시켰다. 그 결과 교육 현장과 가정, 살롱에서 건반 음악과 실내악이 활발해졌고, 작곡가의 이름과 작품 번호가 취향과 유통을 안내하는 표지가 되었다.

5. 음악 연구와 지식의 체계화

계몽주의는 음악을 아는 일, 곧 음악 지식을 정리하고 공유하려는 노력도 촉진했다. 지식의 백과사전화가 진전되면서 음악사를 서술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다. 프랑스어권의 백과사전파가 주도한 편찬 사업은 용어, 장르, 악기, 이론을 항목별로 체계화했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마르티니의 『음악 이야기』 같은 저술이 등장했다. 이런 작업은 특정 작곡가나 지역의 전승을 넘어 음악을 보편적 인간 활동으로 바라보는 눈을 길렀고, 후대 연구자가 악보와 문헌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넓혔다. 또한 이러한 서술과 분류의 노력은 교육과 출판 시장을 통해 일반 청중에게까지 전달되어, 음악을 배우고 연주하는 표준을 정비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6. 정리

계몽주의는 합리와 인본의 가치로 사회와 예술 전반을 바꾸었다. 음악에서는 단순성, 명료성, 자연스러움이라는 이상이 확산되었고, 음악이론의 체계화(라모), 오페라의 사회적 감수성(모차르트), 보편주의적 메시지의 확장(베토벤), 그리고 공연·출판·연구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요컨대 계몽주의는 고전 시대 음악 문법의 정착을 가속한 지적 토대였다. 그 결과 음악은 이해 가능한 구조와 공유 가능한 감동을 동시에 추구하는 예술이 되었고, 시민 사회의 공공적 경험 속에서 더 넓은 청중과 만날 수 있었다. 이처럼 계몽주의의 배경과 음악적 실천을 함께 바라보면, 고전 시대의 명료함과 균형은 단순함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 존엄과 이성에 대한 신뢰가 빚어낸 선택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