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은 원래 교회음악에 대비되는 세속 음악을 가리켰지만, 고전시대에 들어 대규모 연주회 음악과 구별되는 소규모 기악 음악을 뜻하게 되었다. 건반악기의 부상과 함께 이중주·피아노 소나타가 발전했고, 독립적 4성부의 현악사중주가 대표 장르로 정착되었다.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은 실내악을 기악 예술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배경 — 실내악의 의미와 변모
고전시대의 실내악은 대규모 오케스트라 작품과 달리, 소수 연주자가 각자 독립 성부를 맡아 대화하듯 연주하는 음악이다. 이 시기의 실내악은 다음과 같은 편성을 포괄한다. △현악기를 중심으로 한 삼중주·사중주·오중주, △피아노 반주에 독주 악기와 관악기를 결합한 편성, △간단한 편성의 악기 반주를 가진 독창 및 중창 등이다.
1. 건반악기의 위상 강화
전고전 시기의 주류였던 트리오 소나타는 호모포니적 진행의 확산과 함께, 저음 성부에 반즉흥적으로 화성을 보태는 계속저음의 기능이 점차 애매해졌다. 그 결과 건반악기는 단순한 화성 기반이 아니라 독자적 성부와 주도권을 갖게 되었고, 실내악의 발전을 끌어가는 중심이 된다.
피아노의 부상
피아노는 고전시대를 대표하는 건반악기로, 18세기 후반 이전까지 중심이던 쳄발로를 밀어냈다. 피아노는 여리고(piano)와 세게(forte) 등 셈여림의 폭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어, 음악적 감정과 구조를 동시에 전달하는 데 유리했다.
이중주의 발전
초기에는 건반이 주도하고 현악이 반주하는 과도기적 양식이 있었으나, 점차 각 악기가 대등한 독주 성부를 맡는 중주 방식이 정착한다. 하이든의 초기 소나타에서는 현악기가 비교적 반주적 성격을 띠지만, 모차르트 후기와 베토벤에 이르면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대화적 균형을 이루는 바이올린 소나타 전통이 확립된다. 이와 함께 이중주 소나타, 피아노 소나타가 실내악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한다.
2. 현악사중주의 정립
계속저음이 퇴조하고 독립적 4성부 체제가 확립되면서, 현악사중주는 고전시대 실내악의 대표 장르로 자리 잡았다. 교향곡과 현악사중주는 동일한 음악적 이상, 즉 균형·명료성·형식미를 추구했다.
하이든 — 장르의 창시자
하이든은 현악사중주를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켰다. 초기 작품은 궁정의 오락적 행사용 성격이 강해 ‘퇴근’을 뜻하는 카사치온(cassazione), ‘오락’을 뜻하는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로 불리기도 했다. 세레나데(serenade), 노투르노(notturno) 등 상류층의 저녁 음악이 함께 유행했으며, 대체로 밝고 편안한 성격을 지녔다. 하이든의 대표작인 러시아 사중주에서는 주제·동기의 치밀한 가공이 두드러져, 현악사중주가 오락을 넘어 예술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한다.
모차르트 — 전통의 세련화
모차르트의 초기 사중주는 하이든의 영향을 받아 디베르티멘토적 성격이 강했으나, 삼마르티니의 영향으로 이탈리아 신포니아 스타일을 흡수하면서 점차 구조와 화성 면에서 정교함을 더했다. 그의 사중주는 하이든과 베토벤을 잇는 미학적 가교였다.
베토벤 — 실내악의 정점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는 그의 교향곡이 오케스트라 음악의 결정판이듯, 실내악적 사고의 집대성이다. 중기의 라주모프스키 사중주에서는 오케스트라적 역동성이, 후기의 큰 푸가와 1820년대 다섯 작품에서는 실험적 형식과 심오한 정신성이 두드러진다. 이는 고전적 이상을 넘어 새로운 음악 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리 — 고전시대 실내악의 의의
고전시대 실내악은 소수의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섬세한 균형 속에서 구조와 감정을 동시에 성취한 장르다. 건반악기의 부상은 표현의 지평을 넓혔고, 현악사중주의 정립은 기악 음악의 이상을 구현했다. 하이든은 장르를 창시하고, 모차르트는 이를 세련되게 계승했으며, 베토벤은 실내악을 통해 인간적·철학적 내용을 심화했다. 그 결과 실내악은 오락을 넘어 예술로 자리매김하며, 이후 낭만주의 실내악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