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 희극 성향의 오페라가 유럽 전역을 휩쓸며 지역별 전통이 뚜렷해졌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 프랑스의 오페라 코미크, 독일의 징슈필은 각기 다른 문화에서 나왔지만 공통적으로 대중성과 시대정신을 반영했다. 그 배경에는 1750년대 프랑스의 부퐁논쟁과 1770년대 글룩의 오페라 개혁이 있었다.
배경 — 부퐁논쟁과 글룩의 오페라 개혁
부퐁논쟁(1750년대)은 프랑스 오페라 개혁의 출발점이었다. 바로크적 전통을 이어온 프랑스의 서정 비극을 지키려는 입장과, 이탈리아 오페라를 옹호하는 입장이 충돌하며, 오페라의 방향을 둘러싼 공개 논쟁이 벌어졌다. 전자는 웅장한 극적 장치와 발레적 요소, 규범적 형식을 선호했고, 후자는 단순하고 직접적인 감정 표현을 중시했다.
글룩의 오페라 개혁(1770년대)은 “극적 진실성과 자연스러움”을 내세워 프랑스 오페라의 부자연스러움과 이탈리아 오페라의 반(反) 연극적 경향을 동시에 비판했다. 글룩은 대본을 세심하게 다루어 음악과 극의 균형을 맞추고, 장식적 기교가 극 전개를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 이 개혁은 이후 유럽 각지의 오페라 미학에 큰 기준점을 제공했다.
이탈리아 — 오페라 세리아의 쇠퇴와 부파의 번성
18세기 이탈리아에서 한때 귀족과 왕정을 찬미하던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는 점차 쇠퇴하고, 대신 일상과 풍자를 다룬 오페라 부파(opera buffa)가 전면에 섰다. 혁명적 시대정신 속에서 왕정·귀족을 칭송하는 주제는 더는 대중의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
오페라 부파는 본래 세리아의 막 사이에 끼어 들던 인터메초(intermezzo)에서 비롯되었다. 이 짧은 막간극은 베네치아·나폴리에서 크게 발달하여 점차 독립된 희극 오페라로 자라났고, 세리아와 부파의 양립 구도를 형성했다. 대표적 예가 페르골레지의 '마님이 된 하녀(La serva padrona)'로, 원래 오페라 세리아의 '자부심 강한 죄수(Il prigioniero superbo)'에 삽입되었던 작품이다. 이 막간극은 공연과 동시에 선풍적 인기를 끌며 파리에서도 화제가 되었고, 프랑스의 부퐁논쟁을 촉발했다.
이탈리아 전통은 모차르트의 걸작에서 정점을 맞는다. 또한 모짜르트의 작품 '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는 희극적 외피 아래 사회 풍자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며 장르의 위상을 격상시켰다. 한편 일부 작곡가들은 세리아와 부파의 요소를 통합하려는 시도로 오페라 세미세리아, 곧 드라마 지오코소(dramma giocoso) 같은 중간 장르를 개척했다.
프랑스 — 오페라 코미크의 유행
프랑스에서는 18세기 중엽 오페라 코미크(opéra comique)가 유행했다. 말로 하는 대화와 짧고 단순한 노래를 엮은 형식으로, 초기에는 장터·마당극 형태로 공연되었다. 오페라 부파의 영향을 받았지만, 프랑스 고유의 샹송과 보드빌(vaudeville)을 흡수하여 독자적 성격을 띠었다.
특히 작품의 끝부분에서 한 사람이 선율을 메기고 모두가 후렴으로 받는 보드빌 방식은, 계몽정신을 반영한 ‘쉽고 참여적인 노래’의 전형이었다. 대표적 작곡가로 그레트리(Grétry)가 꼽힌다. 이후에는 다양한 오페라 요소를 넓게 받아들이며 프랑스 전통의 서정 비극과 경계가 점차 모호해졌다.
독일 — 징슈필과 서민적 오페라
독일의 징슈필(Singspiel)은 18세기 중엽 등장한 독일적 희극 오페라로, 오페레테라고도 불렸다. 귀족적이고 어려운 오페라에 대한 대안으로, 널리 알려진 보드빌이나 독일 가곡 선율을 엮어 서민적이고 쉬운 오페라를 지향했다. 영국의 발라드 오페라와 프랑스 오페라 코미크가 독일어로 공연되는 과정에서 탄생했고, 레치타티보 대신 말로 하는 대화가 쓰이는 것이 특징이다.
모차르트는 징슈필을 높은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는 음악을 단순화하고 소박한 민속 선율을 사용했으며, 극적·내용적 요소를 음악으로 직접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모짜르트의 작품에서는 '후궁에서의 유괴', '마술피리'가 대표적이다. 이어 베토벤의 '피델리오'는 징슈필 전통 위에 서 있으면서도 자유와 정의를 노래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정리 — 고전 오페라의 의의
고전 오페라는 18세기 계몽주의와 혁명적 시대정신이 예술 형식으로 구현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는 권위적인 세리아를 견제하고 현실과 인간 본성을 음악을 통해 무대에 올렸고, 프랑스의 오페라 코미크는 참여적 공연 문화를 확산시켰다. 독일의 징슈필은 서민적 정서를 수용하며 예술의 장벽을 낮췄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이러한 전통을 통합·심화하여 오페라를 보편적 예술로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