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음악 4편: 새로운 조성 – 민족주의와 신고전주의
서론
20세기 초, 무조·12음기법을 창안한 제2빈악파가 전통 조성을 해체하는 길을 열었다면, 또 다른 작곡가들은 조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시도를 이어갔다. 이들은 구시대의 전통을 단순히 답습하지 않으면서도 조성적 중심을 유지하려 했고, 민족주의와 신고전주의라는 태도로 집약된다. 따라서 20세기 음악의 또 다른 축은, 해체가 아니라 재구성이었다.
1. 20세기 민족주의 음악
19세기의 민족주의는 각국의 민속 선율·언어·리듬을 예술음악에 도입하여 국민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20세기의 민족주의 역시 이 흐름을 잇되, 단순한 애국주의적 표방을 넘어 새로운 조성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 특징
- 다양한 선법(각국의 민요 선율) 사용
- 3화음 중심 기능화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화성 가능성 탐구
- 전통적 리듬 체계의 변형과 확장
- 대표 작곡가와 작품
- 바르톡: 「루마니아 민속 무곡」, 「관현악을 위한 콘체르토」 — 민요 채집을 토대로 독창적 어법 구축
- 코다이: 합창곡과 교육적 작품을 통해 헝가리 민속음악의 체계적 정착
-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교향곡 — 민족적 정체성과 북유럽적 색채
- 라벨: 「소나티네」 — 프랑스 인상주의적 정서와 민족적 선율의 결합
20세기의 민족주의는 단순히 민속적 색채에 머물지 않고, 조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이 되었다.
2. 신고전주의 음악
신고전주의는 극도의 주관성과 과장된 감정을 추구한 후기 낭만주의,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무조와 불협화로 치달은 표현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사회적 혼란 속에서, 예술은 새로운 질서와 균형을 갈망했고, 음악에서는 고전적 형식미로의 회귀가 그 해답으로 선택되었다.
- 특징
- 음악 외적 요소보다 구조·형식을 중시
- 낭만주의의 과장과 격렬함에서 탈피, 절제된 표현 추구
- 바로크·고전주의의 양식을 20세기 어법으로 재해석
- 명료하고 간결하며, 때로는 풍자와 재치를 담음
- 대표 작곡가와 작품
- 스트라빈스키: 「병사 이야기」, 「외디푸스 왕」, 「풀치넬라」 — 신고전주의의 대표적 전환
- 프로코피예프: 「고전 교향곡」, 「로미오와 줄리엣」, 「피터와 늑대」 — 고전적 형식과 현대적 어법의 절충
- 힌데미트: 「화가 마티스」, 「조성놀이」 — 실용음악과 기능주의적 태도
- 라벨: 「소나티네」 — 신고전적 간결성과 프랑스적 세련미
- 프랑스 6인조(오네게르, 미요, 뿔랑, 오릭, 뒤레, 타유페르): 낭만적 과장 대신 재치와 풍자를 내세우며, 프랑스적 산뜻함을 드러냄
신고전주의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과거의 형식을 20세기의 감각과 어법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창조적 태도였다.
3. 민족주의와 신고전주의의 비교
민족주의와 신고전주의는 모두 20세기 음악에서 ‘새로운 조성’의 한 축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두 흐름은 후기 낭만주의와 표현주의의 과장된 정서를 벗어나, 절제와 균형 속에서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태도를 공유한다. 그러나 접근 방식과 강조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 공통점
- 과거 양식을 그대로 복원하지 않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조립
- 낭만주의적 과장 대신 절제와 균형을 중시
- 조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20세기 음악 언어를 확장
- 민족주의의 특징
- 민속 선율과 지역적 선법(도리아·프리지아·헝가리 음계 등)을 활용
- 전통적 기능화성 대신 병행 진행, 비기능 종지, 드론 등으로 색채 부여
- 비대칭 박자, 당김음, 오스티나토 등 민속적 리듬의 현대화
- 대표작: 바르톡 「루마니아 민속 무곡」,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 신고전주의의 특징
- 소나타·모음곡·협주곡 등 고전적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구성
- 조성을 유지하되 확장된 화성과 비기능적 진행을 절제하여 사용
- 투명한 텍스처, 대위적 선율, 명료한 균형감 강조
- 대표작: 스트라빈스키 「풀치넬라」, 프로코피예프 「고전 교향곡」
- 차이점
- 민족주의 → 지역 정체성과 토착적 생동감을 추구
- 신고전주의 → 보편적 형식미와 객관성을 지향
- 전자는 생명력과 원초적 에너지를, 후자는 질서와 명료성을 상징
📊 비교 요약
구분 | 민족주의 | 신고전주의 |
---|---|---|
지향점 | 지역 정체성, 민족적 색채 | 보편적 형식미, 균형과 질서 |
어법 | 선법·민요 선율, 비기능 화성, 비대칭 박자 | 전통 조성 유지, 확장된 화성, 고전 형식의 재해석 |
리듬/ 형식 |
오스티나토, 폴리리듬, 민속적 장단 | 소나타·모음곡·협주곡 형식의 현대화 |
정서 | 토착적 생동감, 생명력 | 절제된 객관성, 명료성, 풍자 |
대표작 | 바르톡 「루마니아 민속 무곡」,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 스트라빈스키 「풀치넬라」, 프로코피예프 「고전 교향곡」 |
결론
20세기 음악의 또 다른 축은 새로운 조성의 음악이었다. 제2빈악파가 무조와 12음으로 전통을 해체했다면, 민족주의와 신고전주의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성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민속 선율과 고전적 형식의 재해석은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이는 곧 전위·다원주의로 이어지는 다층적 20세기 음악사의 기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