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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 음계와 삼분손익법 : 동서양 음계

by edu414 2025. 9. 23.

피타고라스음계와 삼분손익법

피타고라스 음계와 삼분손익법: 동서양 음계의 만남

연재 2편 · 주제: 음계, 조율, 고대음악사
요약 — 서양의 피타고라스 음계와 동양의 삼분손익법은 서로 교류가 거의 없던 시기에도 “소리의 질서를 수로 설명한다”는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 두 체계 모두 3의 비율을 핵심에 두어 5도·4도를 중심으로 음계를 확장했고, 문화적 실천과 미학의 차이 속에서 각기 다른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동서양의 만남: 비슷한 질문, 다른 길

피타고라스가 서양에서 소리의 높낮이를 정수의 비로 조직한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동양에서는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이 정립되었다. 두 전통은 서로 독립적으로 발전했지만, 공통의 문제의식—“음의 조화는 어떻게 수로 표현되는가?”—에 답하려 했다. 이 만남은 교류의 역사라기보다 평행 진화에 가깝다. 측정과 계량은 감각에만 의존하던 음악을 연구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어 주었고, 이성적 설명은 제례·극장·교회의 다양한 실천에 적용되며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각 문화가 ‘3’이라는 수에 주목했다는 사실이다. 3의 비율은 5도·4도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결부되며, 배음 구조에서도 비교적 단순한 비례로 드러난다. 그 결과 두 체계는 다성의 원리를 직접적으로 채택하지 않았더라도, 음들의 친화와 충돌을 선택적으로 배치하는 규칙을 축적할 수 있었다.

삼분손익법의 원리

삼분손익법은 말 그대로 “줄을 세 등분하여 한 부분을 손(損: 빼기)하거나 익(益: 더하기)하는 방식”이다. 기준음의 현 길이를 3으로 나누어 1/3을 덜거나 더하면 새로운 음이 생기며, 이 과정을 반복적으로 적용해 음계를 확장한다. 구조적으로는 3의 비에 따른 완전5도·완전4도 중심의 체계가 자연스럽게 구축된다. 이런 구성은 악기 제작과 조율에서 실용적 장점을 가졌고, 제례와 의례에서 요구되는 엄정한 음높이의 표준을 제공했다.

문헌 전통이 오래된 만큼 실제 운용 방식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양하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보이는 핵심은, 기준음의 분할을 출발점으로 삼아 비례의 연쇄로 음계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이는 추상적 공식이 아닌 구체적 공방 기술과 결합되어, 음악이 사회적·의례적 질서를 표현하는 장치로 기능하도록 했다.

피타고라스 음계와의 유사성

피타고라스 음계는 완전5도(2:3)의 사슬을 통해 12개의 서로 다른 음을 도출한다. 삼분손익법 또한 3등분을 바탕으로 1/3을 더하고 빼는 연산으로 5도·4도를 중심에 놓는다. 방법은 다르지만 두 체계 모두 3의 비율을 축으로 삼아 음들 사이의 친화도를 구조화한다. 이 유사성은 우연이라기보다 인간의 귀가 배음 구조의 단순 비례에 대해 느끼는 안정감에서 기인한다. 결과적으로 두 전통은 “정수비=조화”라는 직관을 수학적 언어로 정식화했다.

이러한 공통점 덕분에, 각 전통에서 발전한 규칙(허용·금지·회피)은 유사한 논리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완전음정은 구조적 기둥으로, 그 외의 음정은 맥락에 따른 긴장·해소로 배치된다. 서로 다른 악기, 서로 다른 음색 체계에서도 비례의 원리는 변하지 않았다.

차이점과 문화적 특색

분명한 차이도 존재한다. 피타고라스 음계는 5도의 순환을 통해 12개의 서로 다른 음 체계를 선명히 의식하며, 이론적 추상성과 보편 규칙의 정립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삼분손익법은 현 길이의 분할이라는 구체적 조작을 통해 악기 제작·조율과 결합했고, 제례·의식·관현 합주 등 실제 현장에서의 음높이 운용을 섬세하게 규정했다. 서양은 점차 다성·화성으로, 동양은 선율 중심·음색·장단의 미학으로 확장된 배경에는 이런 제도적·미학적 선택의 차이가 놓여 있다.

또한 피타고라스 체계는 피타고라스 컴마가 드러내는 구조적 오차가 조율 혁신의 동력이 되었고, 이는 미분기 조율과 평균율로 이어졌다. 삼분손익법은 문화적 용도에 맞춘 음역·선법 운용으로 오차를 관리하는 전통을 구축했다. 두 체계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완벽하지 않은 세계에서 조화를 실현”했다.

역사적 함의와 조율사의 연속

두 전통의 비교는 단지 조율법의 기술사가 아니다. 인간이 소리를 수로 환원해 질서를 모형화하려는 보편적 시도를 보여준다. 서양에서는 이 합리화가 대위법·화성학·평균율로 이어져 조옮김과 전조의 자유를 확장했다. 동양에서는 오음·칠음 선법음색·장단의 정교화를 통해 음악적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공통적으로 음악은 “수학적 비례라는 보이지 않는 뼈대” 위에서 다양한 문화적 살을 얻어 성장했다.

요지는 간단하다: 서로 다른 길로 출발했지만 두 전통 모두 정수비를 통해 조화를 포착했고, 그 결과 각 문화의 미학을 떠받치는 음계·조율의 문법을 갖추었다.

핵심 정리 

  • 공통점: 숫자3을 기반으로 한 비율 중심, 5도·4도를 축으로 삼는 구조, 정수비=조화라는 직관적인 수학적 정리
  • 차이점: 12음 체계·이론 추상(서양) vs 현 분할·현장 조율(동양)
  • 의의: 문화가 달라도 “소리를 수로 설명”하려는 보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