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피타고라스와 음정 비율: 고대 음악 속의 수학

by edu414 2025. 9. 23.

피타고라스와 음악

피타고라스와 음악: 수 비율, 음계, 그리고 조율의 탄생

작성: 2025-09-23 · 주제: 음악이론, 조율, 역사
요약 — 피타고라스는 1:2(옥타브), 2:3(완전5도), 3:4(완전4도)처럼 음정이 수 비율로 설명된다는 사실을 체계화했다. 이 통찰은 피타고라스 음계와 중세·르네상스 이론을 거쳐 조율법의 혁신(평균율)에 이르는 핵심 출발점이 되었다. 또한 동양의 삼분손익법과도 원리가 통하며, 완전5도를 12번 쌓을 때 생기는 오차 ‘피타고라스 컴마’는 음악사가 조율을 개선해 온 이유를 잘 보여준다.

수 비율로 보는 음정: 1:2, 2:3, 3:4

피타고라스는 소리의 높낮이를 수학적 비율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줄의 길이를 반으로 줄이면 주파수가 두 배가 되어 한 옥타브(1:2)가 된다. 줄의 길이를 2:3 비율로 조정하면 완전5도, 3:4로 조정하면 완전4도가 만들어진다. 이 세 비율은 단순하면서도 조화로운 음정으로, 고대부터 “가장 안정적인 간격”으로 여겨졌고, 실제로 공명과 배음 관계에서도 비교적 간단한 정수비로 나타난다. 이러한 관점은 소리를 감각이 아닌 측정 가능한 질서로 바라보게 만들었고, 음악을 수학·철학과 연결하는 전통을 만들었다.

중요한 점은 피타고라스가 음정의 ‘질’을 설명할 때 추상적 감성어가 아니라 정수의 비를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후대 이론가들은 논리적 추론실험적 검증을 통해 음계와 조율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단순한 비율에서 출발했지만, 그 파장은 서양 음악사의 기초를 이룰 정도로 컸다.

피타고라스 음계: 완전5도의 사슬과 12개의 서로 다른 음

피타고라스 음계는 완전5도(2:3)를 연쇄적으로 쌓아 모든 음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준음에서 5도를 12번 올리면 12개의 서로 다른 높이가 순환하며 등장해 결과적으로 12음 체계(= 옥타브를 이루는 12개의 반음)를 이룬다. 이 방식은 각 음 사이의 관계가 정수비로 정당화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매우 매력적이다. 중세와 르네상스의 음악에서는 이렇게 생성된 음정 관계가 선율과 다성 진행의 안정·불안정을 가르는 기준으로 활용되었고, 자연 배음의 질서와도 조응한다고 여겨졌다.

다만 이 체계는 모든 음을 완전5도로만 구축하기 때문에, 3도나 6도처럼 복합적인 비율로 얻어지는 음정은 상대적으로 덜 순정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당시의 미학에서는 5도와 4도의 완전성이 특히 중시되었고, 이러한 관념은 대위법 이론의 허용·금지 규칙에도 깊게 스며들었다.

대장간과 단현금: 발견의 일화와 과학적 의미

피타고라스가 대장간 망치 소리에서 착안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서로 다른 무게의 망치가 낼 법칙적 차이를 듣고, 그는 소리와 수의 관계를 탐구했다는 것이다.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망치의 무게 자체가 음높이를 직접 결정한다기보다는, 현(혹은 공명체)의 길이·장력·밀도 같은 요소가 음높이를 좌우한다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그래서 고대와 중세의 이론 전통에서는 망치보다 단현금(모노코드)을 사용해 줄 길이를 가변하며 비율과 음정을 실험하는 방식을 즐겨 썼다.

이 일화의 핵심은 “소리에는 수학적 질서가 깃들어 있다”는 통찰이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감각 세계의 조화를 수의 조화로 환원하려 했고, 이는 음악을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연구 가능한 대상으로 끌어올렸다.

피타고라스 컴마: 왜 7옥타브가 딱 맞지 않을까

완전5도를 12번 위로 올리고, 그 결과를 7옥타브 아래로 내리면 이론상 같은 이름의 음에 도달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세한 차이가 남는데, 이를 피타고라스 컴마라고 부른다. 수학적으로는 (3/2)^122^7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오차다. 이 작은 틈 때문에 모든 조와 조옮김에서 완전한 일치를 기대하기 어렵고, 어느 구간에서는 어떤 음정이 약간 예민하거나 거칠게 들릴 수 있다.

이 오차는 중세 이후 조율사의 발전을 촉발했다. 특정 조성에서의 순정도를 우선시하는 미분기 조율이나 평균율 같은 해법이 모색되었고, 결국 바로크·고전 시대를 지나 낭만기에 이르면 다양한 조성으로 자유롭게 전조하는 조율의 인프라가 자리 잡는다. 다시 말해, 작은 오차가 음악 표현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삼분손익법과의 비교: 동서양이 만나는 지점

동아시아의 삼분손익법은 줄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한 부분을 덜거나 더하는 방식으로 음을 얻는 전통적 이론이다. 방법론적으로 3의 비를 핵심에 두는 점에서 피타고라스 음계와 닮았고, 역사적으로는 동아시아 문헌이 더 이른 시기에 체계화된 기록을 남긴다. 양자의 공통점은 정수비에 근거해 음계를 구성한다는 데 있고, 차이점은 각 문화권이 선호한 음정의 배치와 음악적 실천에 있다.

이 비교는 하나의 사실을 강조한다. 인간은 문화권을 막론하고 소리의 질서를 수로 환원해 이해하려 했으며, 그 결과 서로 다른 전통 속에서도 비례·분수·측정이 음악의 토대를 이룬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피타고라스와 삼분손익법은 다른 길로 출발했지만 같은 질문—“조화는 어떻게 수로 표현되는가?”—에 답하려는 시도였다.

이론의 확장: 대위법·화성학·조율사의 진화

피타고라스적 사유는 중세 이론가들을 거쳐 대위법 규칙화성학으로 확장된다. 완전음정(1:2, 2:3, 3:4)은 절대 안정의 축으로, 3도·6도 등은 맥락에 따라 준안정·긴장을 형성한다. 이렇게 다성 음악의 결합 가능성이 이론으로 정리되자, 작곡가는 허용·금지·회피의 규칙을 통해 선율과 선율을 안전하게 결합할 수 있었다. 이는 곧 작법(contrapunctus)의 축적이고, 화성 진행의 감각을 이성으로 환원하려는 시도였다.

한편 ‘컴마’로 상징되는 구조적 한계는 조율 혁신의 동력이 되었다. 특정 조를 아름답게 만드는 미분기 조율에서, 모든 조를 비교적 고르게 사용하는 평균율에 이르기까지, 음악사는 표현의 자유를 넓히기 위한 세공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연쇄의 첫 단추가 바로 피타고라스의 수 비율이었고, 그 결과 대위법과 화성학—더 넓게는 서양 음악의 문법—이 안정적 기반 위에 세워졌다.

핵심 정리: 피타고라스 → 정수비 음정 → 피타고라스 음계(완전5도 사슬) → 컴마 문제 → 조율 혁신(미분기·평균율) → 대위법·화성학 정립
 
ⓘ 참고: 본 글은 교육 및 해설 목적의 개요 글입니다. 수학적 세부 증명과 실연 예시는 후속 글에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