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 오페라 ② — 이탈리아, 선율과 드라마의 나라
1. 역사적 배경
이탈리아는 오페라의 본고장으로서 전통과 명성을 지녔으나, 19세기 낭만주의 오페라의 출발은 다소 늦은 편이었다. 19세기 중엽까지도 오페라 세리아(정가극)와 오페라 부파(희가극)의 구분을 엄격히 지켰으며, 이러한 전통 위에서 새로운 낭만적 양식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유럽 전역에 낭만주의의 물결이 확산되면서 이탈리아 오페라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 성악가 배역의 변화: 로시니는 카스트라토 대신 콘트랄토를 주역으로, 벨리니는 테너를, 베르디는 바리톤을 강조하여 새로운 성악적 이상을 제시했다. - 관현악의 확대: 프랑스 그랑 오페라의 영향으로 합창과 관현악 편성이 커지며, 오케스트라의 드라마적 역할이 중요해졌다.
2. 벨칸토 오페라: 로시니·도니제티·벨리니
19세기 초반 이탈리아 낭만 오페라는 벨칸토(Bel Canto, 아름다운 노래) 전통에서 출발했다. 성악가의 기교와 서정적 선율을 중심으로 한 이 양식은 인간의 목소리를 최고의 악기로 여겼다.
- 로시니(Rossini): 「세비야의 이발사」는 오페라 부파의 정수로, 재치와 기교를 집약했다. 파리에서는 그랑 오페라 「오리백작」, 「윌리엄 텔」을 남겼으며, 특히 「윌리엄 텔」은 이탈리아 선율과 프랑스적 드라마를 결합한 대표작이다.
- 도니제티(Donizetti): 약 70편의 오페라를 작곡했으며, 화려함은 덜하지만 서정성과 극적 감각이 뛰어나다. 「사랑의 묘약」은 희극성과 진지함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 벨리니(Bellini): 시칠리아 출신으로, 전 작품이 오페라 세리아에 속한다. 그의 음악은 끊임없이 흐르는 선율과 감각적인 화성이 특징이며, 「노르마」의 아리아 Casta diva는 서정성과 장엄함을 대표한다. 프랑스 합창·관현악 기법을 도입하여 극적 효과를 높였다.
벨칸토는 낭만적 정서를 선율 중심으로 표현하며, 이탈리아 오페라의 발전 토대를 마련했다.
3. 베르디와 민족적 오페라
주세페 베르디(Verdi)는 19세기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의 절정을 이끌었다. 그는 전통적인 선율미를 계승하면서도, 인물 묘사와 사실적 감정을 중시했고,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극의 전개에 적극 활용했다.
- 초기작: 「나부코」, 「에르나니」, 「이 롬바르디」, 「잔 다르크」 등은 민족적 주제와 합창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했다.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의 합창”은 이탈리아 통일운동(리소르지멘토)의 상징이었다.
- 중기작: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는 문학적·역사적 소재를 대본으로 삼아 인간의 내적 비극을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 후기작: 「아이다」는 프랑스 그랑 오페라의 장대한 스케일과 이국적 배경을 결합했으며, 「오텔로」, 「팔스타프」는 셰익스피어 원작을 토대로 이탈리아 전통과 새로운 극적 기법을 결합했다.
베르디는 오페라를 민족적·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예술로 격상시키며, 낭만주의와 사실주의의 교량 역할을 했다.
4. 사실주의 오페라와 푸치니
19세기말 유럽 문학에서 에밀 졸라(프랑스), 헨리크 입센(노르웨이), 레프 톨스토이(러시아) 등으로 대표되는 자연주의·사실주의 사조는 오페라에도 깊이 스며들었다. 이로써 베리스모(Verismo) 오페라가 태어났다.
- 베리스모 오페라는 영웅적 인물과 장대한 사건 대신, 평범한 인물이 일상적 상황 속에서 원초적 감정에 휘말려 격렬한 행동을 하거나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는 줄거리를 다뤘다.
- 마스카니(Mascagni):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베리스모의 전형으로 평가받으며, 농촌 서민의 삶과 격정적 감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 레온카발로(Leoncavallo): 「팔리아치(광대)」에서 무대 위와 무대 뒤의 현실을 교차시켜 사실주의적 비극을 창출했다.
푸치니(Puccini)는 베리스모를 대표하는 동시에, 이탈리아 오페라의 마지막 거장이었다.
- 그의 작품은 강렬한 극적 긴장 속에서도 탁월한 서정성을 지녔다.
- 소재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와 문화를 아우른다: 「마농 레스코」(프랑스), 「나비부인」(일본), 「투란도트」(중국), 「서부의 아가씨」(미국).
- 총 12편의 오페라를 남겼으며, 베르디보다 규모는 작지만 작품 전개는 섬세하고 인간적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은 서민적 삶과 사랑의 비극을 통해 20세기 대중 오페라로 이어졌다.
5. 의의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는 벨칸토의 서정성, 베르디의 민족적 드라마, 베리스모와 푸치니의 사실주의적 감각을 아우르며 유럽 오페라의 중심축으로 자리했다. 프랑스가 무대와 스펙터클을 강조했다면, 이탈리아는 선율을 통한 인간 감정의 직접적 표현과 극적 진실성을 추구했다. 그 결과 이탈리아 오페라는 오늘날까지 가장 널리 공연되고 사랑받는 오페라 전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