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분손익법 — 음의 질서로 세계를 그린 동양의 수학
삼분손익법은 삼분손일법(기존 길이의 1/3을 줄임)과 삼분익일법(기존 길이의 1/3을 더함)을 교대로 적용해 완전5도(3:2)를 상·하로 전개하며 12율을 구성하는 동양의 음률 계산법이다. 이는 단순한 조율법을 넘어, 소리를 통해 세계의 질서를 그리려 한 조화(調和)의 철학을 품고 있다.
목차
1) 원리 — 격팔상생법과 12율의 구성
개념 삼분손일법은 현의 길이를 2/3로 만들어 주파수를 ×3/2 높여 5도 위를 얻고, 삼분익일법은 길이를 4/3으로 만들어 주파수를 ×3/4 낮춰 5도 아래를 얻는다. 이 상·하 이동을 교대로 반복해 12음을 배열하는 전개를 전통적으로 격팔상생법이라 불렀다.
구현 이 계산은 실제로는 현 길이·관 길이·관공 위치 등의 물리 매개로 구현된다. 당대의 악기 제작과 조정은 수학적 비례와 공예적 감각이 만나는 실천의 장이었다.
구현 이 계산은 실제로는 현 길이·관 길이·관공 위치 등의 물리 매개로 구현된다. 당대의 악기 제작과 조정은 수학적 비례와 공예적 감각이 만나는 실천의 장이었다.
요약 삼분손익법은 5도(3:2)의 교호 이동으로 12율을 만든다. 계산은 수학적이지만 구현은 악기 제작·연주라는 물리적 실천을 통해 완성된다. 맨위로 ↑
2) 황종의 중심성과 음계 구조
황종의 역할 황종은 동아시아 음률에서 기준 음고로, 이후의 율려가 파생되는 중심점이다. 황종을 기점으로 5도 상·하 전개를 통해 임종·태주·중려…가 도출되며, 제례악·아악에서 의례적 정당성을 보장한다.
실용적 귀결 편성의 차이는 실현 음고의 영역을 가늠하게 한다. 당악 계열(편종·편경·당비리·방향 등)에서는 C권역의 황종이, 향악 계열(거문고·가야금·향피리·대금·단소 등)에서는 E♭권역의 황종이 두드러진다. 여기서 보이는 차이는 음고 자체의 문제를 넘어 음향 미학과 관습의 차이를 반영한다.
실용적 귀결 편성의 차이는 실현 음고의 영역을 가늠하게 한다. 당악 계열(편종·편경·당비리·방향 등)에서는 C권역의 황종이, 향악 계열(거문고·가야금·향피리·대금·단소 등)에서는 E♭권역의 황종이 두드러진다. 여기서 보이는 차이는 음고 자체의 문제를 넘어 음향 미학과 관습의 차이를 반영한다.
요약 황종은 소리의 기준이자 의례적 권위를 부여하는 축이다. 편성과 관습에 따라 C/E♭권역으로 달라지며, 이는 음향 미학의 차이를 만든다. 맨위로 ↑
3) 동양의 ‘조화(調和)’와 서양의 ‘비례(harmonia)’
사유의 초점 서양 피타고라스 전통은 자연수의 보편적 비례를 진리의 표상으로 보며, 3:2의 5도는 기하·천문·음악을 관통하는 우주 질서의 열쇠였다. 반면 동양의 삼분손익법은 맥락적 조화를 핵심 가치로 삼는다. 수학은 자연·사회·의례의 조화를 이어주는 언어이고, 음악은 그 조화가 들리는 방식이다.
결정적 차이 서양은 불일치(콤마)를 정밀도의 문제로 보고 해결하려 했고(평균율·다양한 순정 조합), 동양은 용도·공간·의례 맥락에서 그 불일치를 품는 질서로 다루었다.
결정적 차이 서양은 불일치(콤마)를 정밀도의 문제로 보고 해결하려 했고(평균율·다양한 순정 조합), 동양은 용도·공간·의례 맥락에서 그 불일치를 품는 질서로 다루었다.
요약 피타고라스는 ‘보편 비례’를, 삼분손익법은 ‘맥락적 조화’를 중시한다. 콤마에 대한 태도에서 목표가 다름이 드러난다. 맨위로 ↑
4) 수학적 디테일 — 길이·주파수·콤마
길이와 주파수 현악기에서 길이 L과 주파수 f는 대략 f ∝ 1/L 관계다. 삼분손(2/3L)은 f×3/2, 삼분익(4/3L)은 f×3/4가 된다. 5도를 12번 누적하면 7옥타브 근처에 가지만 2와 3의 거듭제곱이 완벽히 일치하지 않아 피타고라스 콤마(약 23.46센트)의 미세 불일치가 남는다.
실천적 해석 제례·합주 맥락에서는 수치의 일치보다 합주 안정성과 의미의 일관성이 더 중시되었다. 동양 전통은 음색·공간·연주 호흡으로 장(場)의 조화를 구축해 이 오차를 다스렸다.
실천적 해석 제례·합주 맥락에서는 수치의 일치보다 합주 안정성과 의미의 일관성이 더 중시되었다. 동양 전통은 음색·공간·연주 호흡으로 장(場)의 조화를 구축해 이 오차를 다스렸다.
요약 삼분손익법의 12율은 콤마를 남기지만, 동양은 이를 공연의 장에서 ‘조화’로 흡수했다. 수학과 실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맨위로 ↑
5) 문화철학 — ‘좋은 소리’의 기준은 어디에
관계적 미학 동양에서 ‘좋은 소리’란 특정 비례에의 절대적 수렴이 아니라, 맥락과 덕(德)에 맞는 합치다. 제례악의 장엄함, 향악의 호흡, 악기 배치·공간 울림까지 포괄하는 관계적 미학이 기준을 형성한다.
현대적 대화 평균율에 익숙한 귀에도 삼분손익법은 ‘낯선 아름다움’을 제안한다. 이는 정밀한 합주에서 의미의 공명으로 감상의 지평을 넓힌다. 동서양 조율은 경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지는 두 철학이다.
현대적 대화 평균율에 익숙한 귀에도 삼분손익법은 ‘낯선 아름다움’을 제안한다. 이는 정밀한 합주에서 의미의 공명으로 감상의 지평을 넓힌다. 동서양 조율은 경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지는 두 철학이다.
요약 ‘좋은 소리’는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 삼분손익법은 의미의 공명을 통해 청취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맨위로 ↑
6) 맺음말 — 음으로 세계를 측정한 지혜
삼분손익법은 수학적 규칙과 문화적 실천이 만나는 장이다. 길이·주파수·5도의 반복이라는 계산이 황종의 권위·의례의 질서·공동체의 시간 감각과 결합할 때, 소리는 사유가 되고 음악은 세계의 지도가 된다. 피타고라스적 ‘비례의 우주’와 나란히 놓을 때 동양이 선택한 ‘조화의 우주’가 또렷해진다.
요약 동양의 수학은 소리를 통해 질서를 그렸다. 삼분손익법은 그 정수 중 하나이며, 오늘의 우리도 그 질문을 계속 들을 수 있다. 맨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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