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1) 황종이란 무엇인가
황종은 12율 체계에서 기준 율로써 기능하는 음이다. 고대 동아시아의 음률 사상에서 황종은 단순한 고정 주파수라기보다, 의례·질서의 출발점이자 다른 율들의 배치 기준이었다. 오늘날의 연주 실무에서는 이 기준을 현대 악기·합주 환경에 맞추어 참조 음고(C 또는 Eb 등)로 환산해 사용한다. 중요한 점은, 이 환산이 평균율의 “딱 맞춘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율정—연주 실재에 맞춘 보정—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2) 곡 계통에 따른 황종 정렬
당악·아악 계열 → 황종 ≈ C(다)
중국계 악곡 또는 그 영향을 받은 레퍼토리에서는 관행적으로 황종을 C(다)로 두는 정렬이 널리 쓰인다. 예시로는 다음이 있다.
- 송나라 사악 계열: 낙양춘, 보허자
- 종묘제례악(제례 음악): 보태평, 정대업, 여민락 만, 본령, 해령, 정동방곡, 유황곡
이 계열은 종·경(鐘·磬) 등 아악기 배치와 잘 결을 이룬다.
향악 계열 → 황종 ≈ Eb(내림마)
한국 고유의 향악 계열 레퍼토리에서는 황종을 Eb(내림마)에 맞추는 실무 관행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장르·곡들이 있다.
- 세 종류의 영산회상 계열
- 여민락, 수제천
- 성악 장르: 가곡, 가사, 시조
이 계열은 향피리·대금·단소 등 향관악과 현악 중심 편성과 조응한다.
3) 악기 편성에 따른 황종 정렬
같은 곡이라도 어떤 악기군이 중심이냐에 따라 기준음 배치가 달라질 수 있다. 아래 표는 실무에서 통용되는 대략의 대응 관계를 정리한 것이다.
편성 중심 | 황종 참조 | 핵심 악기(예) | 설명 |
---|---|---|---|
아악/당악기 중심 | C(다) | 편종, 편경, 당비리, 방향 | 종·경의 기준음을 따라 합주 전체를 정렬. 의례·당악 레퍼토리와 합치. |
향악·현/향관악 중심 | Eb(내림마) | 거문고, 가야금, 향피리, 대금, 단소 | 향관악·현악기의 발성·운지 최적 구간에 맞춰 황종을 배치. |
표는 관행을 요약한 것으로, 실제 무대에서는 편성·공간·가창역에 따라 미세 조정된다.
4) 현대 대응 음고(참고값)와 율정
현대 평균율 기준으로 볼 때 C4 ≈ 262 Hz, Eb4 ≈ 311 Hz 정도로 이해하면 실무 커뮤니케이션에 유용하다. 그러나 전통 합주에서는 율정에 따라 악기군·음색·공간·가창역을 고려해 도수를 의도적으로 “흘림/맺음”하며, 평균율의 고정값과 1:1로 일치시키지 않는다. 요컨대, C/Eb 표기는 참조 좌표일 뿐, 국악적 음정 감각은 관계적·맥락적으로 성립한다.
- 기준음 제시: 리허설에서 편종/편경 또는 향피리/대금이 기준음을 “공개적으로” 제시
- 합주 보정: 선성(線性) 진행과 종지에서 맺음 음의 안정성을 최우선
- 성악 결합: 가곡·시조 등 성부 결합 시 가창역과 발성의 모음 공명대를 기준으로 미세 상·하향
5) 현장 적용 체크리스트
레퍼토리 기준
- 당악/아악 계열: 황종 ≈ C로 시도 → 종·경 기준 확인
- 향악 계열: 황종 ≈ Eb로 시도 → 향피리·대금 기준 확인
- 혼성 프로그램: 세트별 기준음을 분리해 제시(무대 전환 시 리튜닝 시간 확보)
편성 기준
- 현악 중심(거문고/가야금): Eb 쪽이 운지·개방현 공명상 유리한지 점검
- 관악 중심(향피리/대금/단소): 악기별 최적 공명구간에서의 황종 위치 확인
- 종·경 포함: 무대 배치와 타건 강도에 따른 기준음 청취 가시성 확보
6) 요약/결론
황종의 절대 음고는 곡의 계통과 편성의 중심으로 설명하면 명료해진다. 당악·아악 계열(낙양춘, 보허자, 종묘제례악 등)은 C(다) 정렬이, 향악 계열(영산회상, 여민락, 수제천, 가곡·가사·시조)은 Eb(내림마) 정렬이 보편적 참조점이다. 다만 국악의 음정은 숫자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율정을 통해 관계·맥락 중심으로 완성된다. 실무에서는 기준음을 명확히 제시하되, 합주의 맺음·흘림과 가창역, 음색·공간을 고려해 의도적 미세 조정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본 글은 네가 제공한 소스를 중심으로 정리한 실무용 안내이며, 세부 수치·악기 규격은 단체·무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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